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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 인사에 화답하는 스킬도 매우 중요함을 깨닫다

by Learn & Learn 2022. 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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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분에게 감사함을 가지게 된 이유

 

그 분

내가 예전에 잠시 인턴으로 근무했었던 기관의

같은 부서 직원이다.

 

당시 나는

나름 매스컴과 주식시장에서 

그 이름이 굉장히 자주 오르내리는,

외국의 대통령과 총리들도 자주 언급하던,

대략 그런 회사를 그만두고

 

중고 신입으로서 마지막 대기업 신입 공채에 도전하다가

연거푸 최종 면접에서 미끄러지고

공기업과 공공기관 위주로 도전해보고 있던 시기였다.

 

그러나 근로를 하지 않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해외로 출국 시 '무직'이라는 단어를 적는 것이

두려워지기 시작했고

 

그러던 중, 우리 시의 공공기관에서 근무를 시키는

청년인턴 모집에 지원하였고,

우여곡절 끝에 합격 후 잠시나마 일하게 되었다.

 

예비순위로 합격하였기에

근무 기관을 취사선택할 수 있는 자격 따윈

박탈당한 지 오래였고

 

나는 사실상 반통보 식으로 

집도 멀고,

접점 하나도 없는 분야의,

접점 하나도 없는 부서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이 때

나를 관리하고 일을 시키는

사수 쯤에 해당하는 사람은

아주 재미있는 사람이었다.

 

주변에 보면 한 명쯤 있지 않은가.

 

센 척하며,

자기 자랑하기 좋아하며,

인터넷에서 밈으로 떠도는 듯한

재미도 없는 상스런 농담을

상황에 맞지도 않게 막 날려대며,

쓸데없이 기분 나쁜 정치적인 발언을 해대며,

명령조에 막말을 해대는데

이것이 남자다움의 증명인 줄 아는,

 

그런 부류의 인간

말이다.

 

그는 이 기관의 다른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인턴들에게도 유명한 사람이었다.

이 말은 일반 직원들 사이에서도

그런 부류의 인간

으로 통했다는 이야기이다.

 

그는 그 당시에도

이미 30대 후반을 바라보는 나이였는데

해당 기관에 입사한지는 막 4개월 정도였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일반 기업 과장급 나이인데

신입으로 들어온 자괴감을 풀고,

본인의 위대함을 과시하기 위해서,

나에게 개ㅈㄹ을 자주 해댔다.

 

나중에 본인도 조금은 미안했는지

인턴이 끝나고 집에 갈 때

나에게 사과를 했지만,

 

이 따위 인간을 묘사하는데

더 이상 시간과 공간을 할애하고 싶지 않으므로

 

'그 분' 이야기로 넘어간다.

 

그 분은 달랐다.

여성분이셨고 배우신 분이었다.

대학에서 박사과정까지 하셨다고 들었고

나와 전공도 같았다

 

그 분과 나는 업무상 겹칠 일이 

하나도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될 수 있는 한 나를 챙겨주려 하셨다

 

항상 친절하셨으며,

밥도 사주셨고,

명절 선물도 챙겨 주려고 하셨고,

기관 내의 인간관계까지 챙겨주려 하셨다.

 

기관 내에서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던

몇 안 되는 사람 중 1명이었다

 

업무도 잘 하셨던 것 같고

남직원과 여직원 모두와도

고루 잘 지내던 분 같았다.

 

물론 짧았던 몇 개월 동안

청년인턴하던 내가 그녀의 무엇을 

제대로 알겠냐마는

 

여튼 내 눈에 보였던

그녀의, 그 분의 모습은 그랬다.

 

나이는 나보다 고작 3~4살 위였지만

배울 점이 정말 많아 보였고

존경받아 마땅해 보였다.

 

그러나 

일반 기업의 남자사원 2~3년 차

수준의 나이를 먹어가고 있던 나로서는

취업 전선에서 죽느냐 사느냐의 

기로이자 기점에 몰려 있었기에

 

감사함과 존경의 마음을

제대로 표현할 여유가 있지는 못했다.

 

결국 나는 인턴이 끝날 때까지

그 분에게 제대로 된 감사의 인사조차 하지 못하고

거의 퇴근 인사 정도만 나누고 헤어지게 되었다

 

사실

인턴 마지막 날 퇴근하면서

그간의 고마움을 전하고

기프티콘을 보내드리려고 하였으나

 

그 분의 연락처가

없 . 었 . 다

 

정작 감사해야 할 상대방에게는 

감사를 전하지 못 하고,

 

평생 동안 알고 싶지도 않은 상대로부터는

사과를 받음으로써

 

인턴은 종료되었다.

 

이후, 얼마 안 가

코로나가 전 세계를 강타하게 되었고

 

나 역시 다른 지역에서 일을 시작하면서

그 기관과의 인연은 이제 끝날 것으로 보였으나

 

얼마 전 나는

다시 우리 시에 있는 직장으로 

이직하게 됨으로써

 

나는 이번에야말로

그 분에게 감사와 안부 인사를 드려야겠다고

마음먹게 되었다.

 

사실

이전부터 마음은 먹고 있었으나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

 

그러나

내가 이직하기 바로 전 직장에서

나의 퇴사 소식을 듣고

내게 개인적으로 감사함을 표시하던 분들이 계셨다.

 

주로 외국인들이었고

직급과 시스템 상으로는

내가 그 분들보다 위였지만,

 

나는 그 분들이 개인적으로 전해오는

감사의 인사를 받으며 크나큰 감명을 받았고

한 분 한 분에게 

그에 걸맞은 화답의 인사를 건넸다.

 

"같이 일해서 즐거웠고

열심히 함께 해 주어서 고마웠고

앞으로도 지금처럼 잘 해주기를 바란다고"

 

이에 깨달은 바가 컸고

나는 '그 분' 역시 나의 인사로

기뻐하고

반가워하실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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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분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다.

 

2년 전의 나를 기억 못 할 확률도 존재하고

바쁘실 수 없는 업무 시간대를 피하고자

 

최대한

불편하지 않으실 시간과

당황하지 않으실 멘트를 

생각했었다.

 

나를 기억 못 한다면 어쩔 수 없는 것이고

설사 기억을 못 해도, 

그 분에 대한 나의 감사함과 존경의 마음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지금도,

그 시절 그 때를 향한

그 분에 대한 감사함이 별반 다르지는 않다.

 

그러나

그 분에게 연락을 드린

'이 날' 이후로

 

앞으로는 그 분에게 연락할 생각이 없고

이제는 차츰 기억에서 잊혀갈 것 같다

 

내가 아쉽고 서운하게 느꼈던 점을

몇 가지 적어본다

 

 

사무적이고 건조한 말투

 

그 분은 나를 기억하고 계셨지만

내 이름은 기억하고 있지 않으셨다

 

뭐 예상했었던 부분이고

어쩌면 당연할 지도 모르기에

전혀 개의치 않는다

 

다만,

전화 너머로 느껴지는 감정과 분위기는

내 예상과 상당히 달랐다

 

마치,

퇴사 후

밀린 급여 입금을 문의하는

전(前) 직원의 전화에

응대하는 말투였다.

 

나를 기억해 낸 뒤로도 

딱히 말투의 변화는 없었다.

 

그 분이 반가워할 줄 알았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내가 관리했었던 인력들이

고마움을 담아 통화를 걸었을 때처럼

그 때처럼 말이다.

 

그러나 그 분의 말투는,

마치 며칠 전에도 전화왔었던

전 직원에게 이야기하는 

공공기관 직원의 

업무용 말투였다.

 

"아아, 기억 나네요. ~씨?"

"근데 그렇게 말하면 저는 모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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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의 연장선으로 보이는 멘트들

 

사무적인 대응은 계속 이어졌다.

마치 AS 서비스 센터에서

사후 질문을 하는 느낌의 그런 것들.

매뉴얼 같은 멘트들.

 

굳이 내가 아니라

누군지 모를 다음 민원인에게도

충분히 할 수 있는 말들.

 

이 말들을 그 건조한 말투로 이어나갔다.

 

"그렇군요"

"종종 생각났어요"

"그럼 지금은 뭐해요?"

 

민원 내용만 잠깐 바뀐 듯했다.

마치 이런 멘트들이다.

 

"아 그러시군요"

"지금도 주기적으로 확인하고 있습니다"

"다른 불편한 점 없으시죠?"

 

불필요한 전화 업무로 

괜히 그 분에게

업무적인 부담만 가중시키는 것 같아

 

나는 몇 마디 나눈 후,

'최근에 이런 일들이 있었고, 

그 때 하지 못했던 감사의 인사와

안부 인사를 드리려고 전화했다'

는 말을 전했다

 

그러나,

이후 그 분의 반응은 더욱 아쉬웠다.

 

 

당신 말고도 전화 온 사람 여럿인데~

 

나는 감사의 인사를 드렸다.

당신이 그 때 내게 베풀었던 것들에 대해서 말이다.

 

기관이 아닌,

다른 직원이 아닌,

당신 개인이 준 도움에 대한 감사를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상식적으로

 

나와 일면식도 없고

어떠한 관계도 없는 것들 전반에 대해서는

알고 싶지도 않으며

알아야 할 필요도 없으며

감사해야 할 대상은 더더욱 아니다.

 

(사실 나는 이 기관에도 딱히 감사함을 못 느낀다.

이 기관은 잡플래닛 평점 1.6점 정도에

취업 청탁으로 전 기관장이 

감옥에 계신 멋진 곳이기도 하니까.

 

어차피 시에서 나온 돈으로

인력만 지원받은 곳이고

거기다 사수란 ㅅㄲ는...

상술한 대로다.)

 

그런데 그 분은

내가 오기 이전과 이후의 인턴들

그리고 기관의 다른 부서 이야기를 하면서

그 곳에 있었던 인턴들의 이야기도 꺼내기 시작했다.

급기야는 시가 아닌 도에서 채용한 인턴들도

왔었다는 이야기까지.

 

마치 이 기관이

아주 유명하고 우수하며

그러한 기관이기에

인턴들도 자주 보내진다는 것을

뽐내기라도 하려는 것처럼.

 

도대체 왜...??

왜..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그래서 그 말의 의도가 무엇입니까?

 

만약에

내가 전 직장을 그만둘 시기에,

내게 받은 도움과 배려에 개인적인 고마움을 표했던 인력들.

 

외국인 여성 신분으로서,

한국어가 다소 서투르고,

한국어로 된 프로그램과 툴에 익숙하지 않지만

언제나 친절하게 배려해주고

대만 출신들에게는 번체로 설명을 해준 적도 있는

'나'

를 향해 전달한 감사 인사에 대한 화답으로

 

만약 내가

 

"응? 누구셨더라. 3조 오전 근무였다구요?

3조 오전에 다른 대만 사람들도 많았는데

이미 여럿 저한테 인사주셨어여~

오후에는 조선족 분들도 몇 분 계셨는데

저한테 중국 음식도 주고 가더라구요"

 

이런 식으로 말한다면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하겠는가.

그들이 나란 사람을 위해

정성을 담아 표한 감사와 인심은

얼마나 큰 서운함으로 다가오겠는가.

 

사소한 감사의 인사에 대한 화답이라도

이렇게 응해서는 좋을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상대가 누구든지 말이다.

 

그 순간

그 분이 마치

텔레마케터 처럼 느껴졌다.

 

 

마무리까지 완벽하게

 

나는 이 시점에서 그 분에게 

더 이상 전하고 싶은 말이 없었고

통화를 빨리 끝내고 싶어졌고

 

새해 복 많이 받고

행복하시라는 말과 함께

통화를 종료하려 했다.

 

그러자 그 분은 

화룡점정으로 

"(기관명) 한 번 오세요"

라는 말씀을 남겼다.

 

똑같았다.

 

이 말은 2년 전 

인턴 마지막 날 퇴근하기 전

내게 그녀가 했던 말과 똑같았다.

 

의역하자면

 

"우리 기관의 프로그램에 만족하셨나요?

그러셨다면 '좋아요'와 '구독' 눌러주세요"

 

이 정도인 셈이다.

 

연차수당이 미입금되어

전화한 전 직원들에게도

그녀는 똑같이 말했을 것이다.

"한번 오세요"

 

 

그렇기 때문에 나는 더욱 감사한다

 

그 분은

 

인턴기간 중에는

감사를 받을 수 있는 법을 알려 주었고

 

인턴이 끝난 후에는

감사를 올바르게 받는 법을 알려주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 분에게 2년이 넘는 동안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 마음들이 증발하는 데에는

2분 34초가 걸렸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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